학교에서 글로 배운 이야기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역사 속에 유대인은 오랜 시간 오명과 조롱의 대상이었다고 하죠. 사기꾼, 고리대금업자라 불리며 따돌림과 핍박 속에 디아스포라의 시간을 지나고, 2차 세계대전에는 나치에 의해 인종청소와 학살을 당했습니다.
수난과 멸시 속에 살아온 이들이라면 자기 민족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외친 시오니즘은 민족자결과 자신들의 나라를 만들자는 정치적 구호 이전에 신화와 역사, 종교와 문화를 관통하는 실존이 담긴 정신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은 차별과 핍박에서 생존해낸 소수자의 감수성을 역사로 각인해 왔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수자 감수성은, 때로 타인을 밟고 자신을 증명하려는 뒤틀린 마음이 되기도 함을 역사를 통해 배웁니다. 자위권을 이유로 무기를 비축하고, 지정학적 우위에 서기 위해 서구 열강의 물리적 지원뿐 아니라 의도적 방관과 지지를 받으며 다른 이들의 터전을 뺏고 영토를 침략하며, 이웃의 시간을 박탈하고 그들의 가족, 친구, 애인, 그 어떤 관계들도 물리적으로 살해하는 민족해방이라면, 그것은 지배와 학살로 고쳐불러야 합니다.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은 핍박과 범죄화, 병리화의 역사 위에서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민권을 쟁취하고 규범과 다른 성별과 관계를 인정받기 위해 투쟁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자긍심은 흠집나지 않기 위해 오염된 타인을, 위험에 취약한 행위나 문란하고 더럽고 가난한 이들을 지우고 분리해야 자신의 지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나와 내 삶의 환경이 반짝일 수 있다면, 우리는 폭력의 유혹에 순응하면 될까요? 규범 아래 주어진 삶을 살면서 스스로를 분리하고 고립시키며 특권적 자긍심을 얻고싶지 않습니다. 사람을 고기 취급하며 침략과 전쟁을 이어가는 네타냐후와, 확산하는 전쟁에 기름을 붓는 트럼프의 망상처럼, 재앙을 초래한 미국과 이스라엘이 그들의 자본으로 파괴와 학살 속에 팔레스타인 민중을 몰아내고, 그들 가족과 친구들의 피로 물든 땅에 초국적 기업의 자본을 쏟아부어 낙원같은 관광지와 리조트를 만들어 성소수자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만큼 잔인한 일도 없을 겁니다. 최근에는 이란과의 전쟁으로 지구적 위기를 확산하면서도, 그들은 하루에 몇백개의 미사일이 머리 위를 지나다니며 언제라도 폭발할지 모르는 비상상황을 두고 ‘필요하면 싸워야 한다’고 중동을 악마화하고 이스라엘을 추켜 세웁니다.
아직도 쉽지 않지만, 저는 많은 무슬림 국가가 동성애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제 생각은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하며 범죄화를 반대한다는 서구적 입장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가 성소수자를 범죄화하면서 사회를 단속하고 무기를 비축하며 이웃나라에 테러를 자행하는 것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과 침략의 압박과 무관한 것일지 또한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서구 열강들이 폭력에 반대한다고 말하면서도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중동에 미사일을 날리는 이스라엘을 향해 박수 치는 위선에 대해, 중동 국가를 악마화해서 침략하고 민족을 절멸하려는 재앙에 대해, 투쟁으로 일군 퀴어의 자긍심을 도구로 사용하는 일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범죄화하고 터부시하는 지역에서도 퀴어들은 목소리 내며 삶의 방식을 만들어갑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일은, 이스라엘의 끔찍한 학살과 침략을 멈추라는 가장 중요한 메세지를 담습니다. 하지만 기억할 연대의 또다른 의미는, 파괴당한 환경에서 올곧은 자신의 시간과 일상을 확보하며 공동체와 사회를 만들어갈 팔레스타인 민중의 노력과 시간을 지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여 팔레스타인 퀴어 민중의 시간은, 지금 여기를 살아내는 한국의 성소수자와, 거대자본에 맞서 고공농성중인 노동자들과, 이동권을 쟁취하고자 하는 장애인 동료들과,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고 터전을 지키는 이주민, 난민, 성노동자들과, 위험에 노출되고 손상되고 착취당하기 쉬운 환경에 놓인 이들과, 무엇보다 계엄과 내란에 맞서고 평등과 평화를 갈망해온 이들의 시간과 함께 합니다. 한국의 퀴어로서, 그리고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성원으로서 팔레스타인 침략과 학살에 반대합니다. 그들의 목숨과 시간을 빼앗는 행위를 성소수자의 자긍심으로 포장하려는 핑크워싱에 반대합니다. 민족이든 시민이든 국가든 특권과 우위를 가지고 행사하려 할 때, 식민지배와 학살의 시간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퀴어 팔레스타인 연대의 달을 정하고 삼천 명이 넘는 지지서명을 받았습니다. 전에 없던 지지와 연대가 벅차오르지만, 우리는 이스라엘의 시오니즘과 핑크워싱의 문제를, 그들과 서구의 강대국들이 초래하는 참상을, 팔레스타인 퀴어의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그것이 우리의 현실과 연결된 것임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가자로부터 취약한 삶들과 투쟁이 이어지는 모든 지역에 이르기까지, 평화를 찾기 위해 학살에 맞선 우리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소속 단체의 플랫폼씨 활동가 세윤이라고 합니다. 긴급행동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집단학살에 심각성을 느낀 많은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만들어졌고 현재 240여개의 단체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활동해왔지만, 그동안에도 집단학살이 계속되는 걸 바라보며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내란 수괴 윤석열 퇴진 투쟁 이후 연대자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다들 77년 간의 식민지배와 인종청소의 역사, 그리고 그날 이후 너무나 심각해진 집단학살을 그저 바라볼 수만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플랫폼씨가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 반대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연대를 보냈듯이, 저 역시 미군기지가 세워진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투쟁이 남일 같지 않았습니다.
미국 군수기업이 만든 사드 등의 무기를 사주는 거래처이자 미군 주둔지인 한국은, 2025년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집단학살의 주범인 미국 그리고 이스라엘과 함께 나란히 ‘자유주의 우방국’이 되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말하는 자유란, 이스라엘에 무기를 팔아 팔레스타인 사람의 죽음으로 돈을 벌 자유, 가자지구를 77년째 폭격하면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이라 주장할 자유입니까? 한국에서도 자유의 의미가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의미로 왜곡되어 쓰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12월 3일 계엄령 이후 내란 수괴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세력의 집회가 광화문에서 수시로 열렸고, 그들은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 그리고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있었습니다. 성소수자, 페미니스트, 이주민 등에 대한 혐오 선동으로 자신들의 생명을 이어가는 극우세력이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드는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혐오할 자유’의 충실한 보호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임 이스라엘 대사였던 아키바 토르가 극우 개신교 세력과 절대 무관하지 않은 이스라엘 지지 집회에 가서 발언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곳엔 조이 사쿠라이 주한 미대사관 공관 차석도 참여해 ‘언제나 이스라엘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긴급행동의 팔레스타인 집회에 오면, 정말 많은 퀴어 연대자분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서구 국가들은 성소수자와 여성 인권을 빌미로 무슬림에 대한 혐오를 퍼뜨리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집단학살을 정당화하고 77년 간의 식민지배를 성공적으로 숨깁니다. 충실한 자유주의 우방국 중 하나인 한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저로서는 당신들의 연대는 매우 한정적이고 선별적으로 느껴집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연대가 집단학살 정당화의 빌미로 쓰이는 걸 저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들은 팔레스타인 퀴어가 더 억압적인 환경 속에 있도록 만들지 않습니까. 한국과 이스라엘의 공통점은 미국 패권주의 전략의 파트너로서 각각 중동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무력 긴장을 고조시키는데 기여해왔다는 점이지, 서로 비슷한 시기에 ‘독립한’ 국가라거나 민주화를 겪어서가 아닙니다. 식민지조선과 팔레스타인은 서방 강국의 패권 다툼 속에서 파란을 겪은 역사를 공유합니다. 제 뿌리 속에 식민지배와 분단의 역사가 있는 퀴어로서 저는 팔레스타인에게 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구 언론들이 필사적으로 숨기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누구보다 퀴어한 존재들입니다. 한국의 성소수자로서 이스라엘에게 요구합니다. 이스라엘은 지금당장 집단학살과 식민지배, 인종청소를 멈추십시오.
청계천을 지나시는 시민 여러분, 그리고 온라인으로 접하실 여러분, 반갑습니다.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은 48개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중요한 일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꾸린 연대체입니다. 무지개행동이 오늘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앞에 선 것은, 집단학살이라는 만행을 성소수자 자긍심으로 감추려는 위선을 고발하고 이를 규탄하는 것이 오늘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내야 할 목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에 살아온 이들에 대한 집단학살, 잔혹한 전쟁범죄. 날마다 들려오는 참담한 뉴스에 성소수자 시민들도 생명과 존엄을 소중히 여기는 인류 공동체의 일원으로 똑같이 분노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분노는 거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성소수자 자긍심으로 집단학살을 윤색하려는 시도에 분노하며, 이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집단학살에 침묵, 공모하는 프라이드는 없다 - 팔레스타인의 반식민 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루되자!’>라는 이번 선언에 함께한 3,168명의 성소수자, 그 준엄한 목소리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이곳 서울 도심에서 수만 명의 성소수자와 연대시민이 퀴어퍼레이드에 동참했습니다. 오랜 시간 억압받아 온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외치는 저항과 연대의 행진, 그것이 프라이드입니다. 점령을 통해 팔레스타인 민중의 삶을 고통에 빠뜨리고, 끔찍한 집단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과 그 공모자들은 프라이드를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