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1: 화(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퀴어팔레스타인연대QK48)

안녕하십니까. 퀴어팔레스타인연대QK48에서 활동하는 화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식민지배하고 군사점령하고 특히 지난 스무달여 동안 가자지구 주민을 집단학살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의 퀴어 동지들이 전 세계에 발신한 연대 요청에 응답하고자 약 일 년 전 결성하였습니다. 팔레스타인의 퀴어 동지들은 지적합니다. 팔레스타인 퀴어의 몸과 팔레스타인 퀴어의 삶과 팔레스타인 퀴어의 관계는 분명 억압받고 있다. 이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정착 식민하며 펼치는 죽음 정치야말로 팔레스타인 퀴어의 삶을 전방위적으로 악화하는 주요 조건이다. 그러므로 우리 팔레스타인의 퀴어가 마주하는 차별과 폭력 그리고 그것과 고단하게 맞서 싸우는 고통을, 점령과 봉쇄와 폭격의 현실에서 분리하여 말하지 말라. 팔레스타인의 퀴어가 겪는 아픔을, 팔레스타인을 비인간의 장소 비문명의 시간으로 타자화하는 데 이용하지 말라. 우리 퀴어를 동원해 우리 민족을 악마화하지 말라. 맞습니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굶주림에 시달리고 이스라엘의 폭격에 목숨을 잃는 데는 퀴어 비퀴어의 구분이 없습니다. 팔레스타인의 HIV 감염인 퀴어가 치료제를 제때 적정 물량 공급받지 못하여 쇠약해집니다. 물자 유통을 막는 자 누구입니까. 이스라엘입니다. 팔레스타인의 또다른 퀴어가 갓 고백을 나누고 비밀스레 교제하던 연인을 폭격에 잃고 애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폭탄은 누가 떨어뜨렸습니까. 이스라엘입니다. 또다른 팔레스타인의 퀴어가 가족과 마을 주민 속에 숨어 있을 저항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압박당합니다. 쓸모있는 정보를 내놓지 않으면 너의 정체성을 폭로해버리겠다고 이 팔레스타인 퀴어를 협박하는 자 누구입니까. 이 퀴어가 공동체로부터 배신자 반역자로 낙인 찍혀 집단학살의 엄혹한 상황 속에서 더욱 고립되도록 조장하는 자 누구입니까. 이스라엘입니다. 사정이 이러한데 퀴어를 억압하는 팔레스타인과 퀴어를 살리는 이스라엘의 구도를 선전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점령 세력과 피점령 민중의 불균형한 권력 관계를 감추려는 무도한 시도입니다. 극악한 부당대립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이야기를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하고 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드는 미국, 비유대인을 남김없이 몰아내고, 즉, 인종청소하고, 배타적 단일 민족주의 국가로 팔레스타인 땅에 정착하려는 이스라엘 편만을 드는 미국을 향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는 엄연히 자위권이 있다고 미국은 이 시오니스트 우방국을 위해 줄기차게 주장해 왔습니다. 미국 주류 정치의 행위자들 역시 자국 내 이스라엘 로비 단체가 휘두르는 압도적 자금력과 정치력에 휘둘리며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위할 권리가 있다는 말만을 계속합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자행하는 집단학살을 목격하면서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병원을 폭격하고, 기자를 표적 살해하고, 무수한 어린 아이를 고아로 만들고 굶기고 부상입히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참상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도, 이스라엘을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을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반유대주의로 몰아 비난합니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말하는 자들을 범죄화합니다. 요르단 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해방되리라. 이 구호는 반유대주의가 아닙니다. 피억압 민족이 고통 속에서 희망을 말하는 외침입니다. 빼앗긴 땅 위에서 드론이 맴도는 하늘 아래서 교류를 차단당한 바다를 향하여, 잃어버린 시간을 돌려받기를, 구호품을 받으러 갔다가 죽지 않기를,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기를 외치는 피식민 민족 피억압 민중의 자결 선언입니다. 우리만 살겠다 우리만 여기에 존재하겠다가 아니라 우리도 여기에 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살아오던 곳에서 계속 살아가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은 참혹한 살상 타자의 말살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고립적 유아적 선민적 세계관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시오니스트 로비의 악랄한 압력을 거절하십시오. 식민주의적 제국주의적 문명 비문명 이분법에 근간한 인종차별적 대외 정책을 폐기하십시오. 안보의 논리로 사회적 소수자를 위험 요소 위협 인자로 둔갑시켜 이들의 숨통을 조이는 전략과 결별하십시오. 해방, 해방, 팔레스타인의 해방. 팔레스타인의 퀴어는 식민 지배가 종식된 팔레스타인에서 이웃들과 민주적으로 부대끼며 퀴어 해방을 직접 이룩할 것입니다. 한국의 퀴어는 팔레스타인 퀴어의 여정에 함께 하겠습니다. 같이 해방의 미래를 맞이하겠습니다. 투쟁.

발언 2: 호림(무지개행동)

안녕하세요? 무지개행동 공동대표 이호림입니다.

3개월에 가까운 시간동안 구호품 진입을 봉쇄해 왔던 지역에 턱없이 부족한 식량을 매우 제한적인 방식으로 철저한 통제 속에 배급합니다. 주민 5명 중 1명이 심각한 기아 상태에 직면해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빚어지는 혼란은 “경고사격”의 빌미가 됩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어제 하루만 이스라엘의 “경고사격”으로 구호품을 받기 위해 모여든 팔레스타인 주민 중 최소 57명이 사망하고 363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지구 한 편에서 굶주림을 무기화 하고, 군사적, 정치적 협상의 도구로 삼는 집단학살이 계속되는 와중에 우리는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 6월을 맞이했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매일같이 우리의 마음을 무너뜨립니다. 그리고 무너지는 것은 우리의 마음만이 아닙니다. 집단학살과 이를 지원하고 동조하는 강대국의 존재는 존엄과 평등, 평화,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들이 놓인 토대를 침식시킵니다.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국제법 위반과 가자의 극심한 인도주의적 위기가 방치되는 현실은 국제인권체제를 시험대에 올렸습니다. 지금 팔레스타인은 인권이 정말 보편적 원칙이 맞는지, 아니면 지정학적 계산과 힘의 논리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공허한 수사에 불과한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 보편적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부로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로서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좌시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스라엘의 오랜 팔레스타인 점령 역사와 집단학살에 미국 정부는 단순한 방관자였던 적이 없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정치적 면죄부와 정당화, 막대한 경제적 지원과 무기 제공을 통해 이스라엘과 지속적으로 공모해 온 중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로는 한치의 부끄럼없이 가자 점령과 팔레스타인 주민의 추방 계획을 내놓는가 하면,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무제한적인 군사적, 정치적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의 노골적인 주범이자, 세계 평화를 파괴하고 국제인권체제를 무력화 시키는 전세계적 퇴행에 앞장서는, 트랜스젠더와 이민자, 난민을 탄압하고 군대를 동원해 평화시위를 진압하는 트럼프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합니다. 집단학살의 주범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트랜스젠더를 배제하고 이민자와 난민을 탄압하는 동시에 ‘자유’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은 억압과 배제에 맞선 성소수자들의 저항을 기억하는 달입니다.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성소수자의 해방을 위해 저항하는 모든 이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우리 모두의 삶과 존엄이 발 딛고 있는 토대를 지키기 위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해방이 실현되는 날을 위해 함께 투쟁합시다. 감사합니다.

발언 3: 자아(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최근 한 달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활동을 다녀왔습니다. 헤브론 남부의 마사페르 야타에서는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 검은색 이스라엘 군용 지프가 사이렌을 울리며 마을을 돌았습니다. 이유를 찾던 중, 정확히 이 지역에 배치됐던 전직 이스라엘군인이 쓴 수기를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기 순찰의 목적은 하나였다. 우리 존재를 그들에게 매일 상기시키기 위해서.”

나블루스 인근의 작은 마을 아시라는, 여섯 개 팔레스타인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 이스라엘 정착촌이 들어선 탓에 정착민 폭력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친구의 집 냉장고는 다소 많아보이는 달걀 수십 개와 얼린 고기, 채소들로 가득했습니다. 예고 없이 내려지는 통금과 마을 봉쇄 때문이라 했습니다.

언제 마을 입구에 콘크리트 덩어리가 놓일지, 언제 봉쇄가 해제될지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며칠에서 몇 주까지 이어지는 봉쇄 속에 사람들은 학교에도, 병원에도, 일터에도 갈 수 없습니다.

시선을 역시 정착식민국가 미국으로 돌립니다.

애틀랜타의 흑인 노동자 계급 지역에서도 사이렌을 울리는 경찰차가 매일 순찰을 돕니다. 이는 단순한 관행도, 우연한 데자뷰도 아닙니다. 미국 경찰은 이스라엘 군대로부터 공식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는 심리전술을 배웠습니다.FBI, 이민세관단속국ICE, 지역 경찰 등 수많은 미국 법집행기관 간부들이 이스라엘을 방문해왔고, 수천 명 단위로 이스라엘 전문가들이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참가해왔습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가해 연마한 전술은, 미국 내 흑인과 유색인종 커뮤니티를 향해 되돌려졌습니다. 미국의 흑인 해방운동가들은 말합니다. “경찰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특정 전술이나 정책을 따라가 보면, 그 시작에는 언제나 ‘누군가가 이스라엘에 다녀왔다’는 지점이 있다.”

바로 어제, LA 도심에 갑작스러운 통금령이 내려졌습니다. 저녁 8시부터 새벽 6시까지, 누구도 거리에 나올 수 없습니다. 이는 트럼프가 LA에서 열린 이민 단속 반대 시위에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방위군 2,000명을 투입한 상황에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을 막으려는 조치였습니다. LA 경찰국은 화요일에서 수요일 사이 200명 이상을, 시위 참가와 통금 위반 이라며 체포했습니다. 이들이 외친 구호는 하나였습니다. “ICE을 멈춰라. 무차별적이고 비인간적인 강제추방 정책을 멈추라”

그런데 ICE가 본보기로 체포한 첫 신호탄은 누구였습니까. 지난 3월 9일, ICE는 컬럼비아 대학교 농성을 이끌었던 팔레스타인인 마흐무드 알 칼릴을 체포해 그는 아직도 미국 루이지애나 감옥에 있습니다. (3시간 전 개중 반가운 소식. 연방 법원 판결6월 13일까지 정부 항소없을 시 보석 석방하라 명령) 그의 체포는 한국인 학생 정윤서에 대한 추방 위협, 네덜란드 대학에 다니는 터키 국적 대학원생 루메이사의 구금, 그리고 LA 시위자들의 체포와 이어져 있습니다.

그들이 구금된 이유는 하나입니다. 집단학살을 멈추라고 외쳤기 때문입니다. 굶주려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밀가루를 들여보내자고 했기 때문입니다. 국제질서에 질문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좀 있으라는데, 조용하지 않았고, 가만히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